'한줌 흙으로'...친환경 '인간 퇴비장' 미국서 확산
땅속에 시신을 묻는 ‘매장’이 일반적인 장례 문화인 미국에서
시신을 한 줌의 흙으로 만드는 ‘인간 퇴비장’을 허용하는 주가 늘고 있다.
매장과 화장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토지가 필요하지 않아 친환경 장례 문화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인간 퇴비장' 합법화 지역 잇따라 추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케이티 홉스 미국 애리조나주 주지사가 인간 퇴비장을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애리조나주는 워싱턴·캘리포니아·콜로라도·오리건·뉴욕·네버다·버몬트주에 이어
인간 퇴비장을 합법화한 8번째 주에 이름을 올렸다.
워싱턴주는 지난 2019년 인간 퇴비화를 최초로 합법화했다.
인간 퇴비화는 밀폐된 용기에 시신을 흙, 나뭇조각, 짚 등 목재 재료와 미생물을 함께 섞으며 시작된다.
특수 장비로 탄소, 질소, 산소 그리고 수분의 양을 조절해 미생물이 원활하게 활동하는 토양과 유사한 환경을 만든다.
약 30일 뒤 흙으로 분해되고 있는 시신에서 뼈와 치아를 따로 빼낸 뒤 다시 섞는다.
퇴비가 되는 마지막 단계에서 3일 동안 55℃의 온도를 유지한다.
대장균과 같은 병원균이나 전염성 오염물질을 없애기 위해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비가 완성되면
유족 의사에 따라 유골함과 같은 용기에 보관하거나 꽃이나 식물, 나무 등에 거름으로 뿌려 퇴비로 쓸 수 있다.
장례 1건당 약 225~450kg의 흙이 만들어진다.
인간 퇴비장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시신 처리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
미국 민간장례회사 ‘리컴포즈’에 따르면 기존 장례 방법에 비해 시신 1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t 가량 줄어든다.
2018년 영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장 1건당 150kg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이는 미국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운항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보다 많은 양이다.
매장은 화장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약 4분의 1 배출하지만 관을 만들고 잔디를 깎고 나무를 베는 등 묘지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탄소를 발생시킨다.
인간 퇴비장은 토지가 제한된 도시에서 일정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지 않아 공간도 절약한다.
또 시신 방부 처리를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땅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시신에 있는 병원균 등 오염으로부터 자유롭다.
● 일각에선 "인간 존엄성 해친다" 비판도
인간 퇴비장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지난해 3월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CCB) 교리 위원회는
“인체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체의 신성함을 존중해야 하는데 시신을 흙으로 만들어 이곳저곳에 뿌리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도 가톨릭의 강한 반발 때문에 삼수 끝에 2022년 합법화에 성공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가톨릭총회는
퇴비장이 ‘인간을 일회용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대하며
매장이나 화장이 고인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보편적인 규범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은 있지만 점점 퇴비장을 합법화하는 주는 늘어날 전망이다.
델라웨어주에서는 지난 3월 법안이 주 상원을 통과했다.
현재 메릴랜드·뉴저지주를 비롯한 다른 여러 주에서 합법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퇴비장을 비롯한 여러 친환경 장례 방식이 생겨나고 있다.
유골을 제외한 시신을 모두 액체로 분해하는 시신 처리 방법이 대표적이다.
알칼리 용액과 물이 담긴 실린더에 시신을 안치하고 열을 가해 녹여 액체로 만든다.
액체는 하수처리시설로 흘려보내도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캐나다, 남아프리카, 미국 일부 주 등에서 허용됐고 영국에서도 추진 중이다.
유해를 로켓에 담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우주장’도 있다.
유가족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유해를 담은 위성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기로 떨어지며 연소 돼 별도의 처리 과정이 필요없다.
출처
'한줌 흙으로'...친환경 '인간 퇴비장' 미국서 확산 :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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