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
무심코 불어온 차가운 바람 한 조각에도
나의 시린 두 뺨은 그대를 기억해요
그 거리엔 아직도 우리가 서성이고
앙상한 나뭇가지는 슬픈 동화처럼
저무는 12월의 저녁 그 틈 사이로
숨겨둔 그리움이 하얀 입김 되어 피어오르네
아름다워라,
아파서 더 아름다운 사람이여
잊으려 노력해도 저절로 흐르는 눈물은
내 안에 사는 그대가 숨을 쉬는 까닭이겠죠
남들은 잊혀질 고통이라 말해도
내겐 그대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오늘도 나는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그대를 앓고 또 앓습니다
낡은 외투 주머니 속
빛바랜 종이 한 장
시간은 흐려지고 글씨는 비밀이 되었지만
그날의 그대 미소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내 맘을 적시네
아름다워라,
돌아갈 수 없어 더 아름다운 시절이여
멈추려 해봐도 떨리는 이 마음은
그대가 내게 남겨둔 마지막 대답이겠지요
지독한 계절이라,
다들 피하려 해도
내겐 그대가 머물다 간
기적 같은 흔적이라서
오늘도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리네
만약, 아주 만약에
이 시린 떨림이 멈추는 날이 온다면
나는 몹시 슬플 것입니다
그것은 내 몸이 그대를 완전히 잊었다는
진짜 이별의 시작일 테니까요
나는 차라리, 영원히 아물지 않기를
나는 차라리, 영원히 앓고 싶어라
바람이 부네요...
내 몸이 또다시 그대를 부르네요...
나의 사랑이여...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별빛과 커피 향 사이에서 (0) | 2025.09.10 |
|---|---|
| 임종자를 위한 기도/'사자의 서(死者의 書)' (1) | 2023.12.24 |
| 두통 (0) | 2023.12.17 |
| 골수 (0) | 2023.12.16 |
| 관절 (0) | 2023.12.16 |